오랫동안 직장을 다니다 보면 "옳은 말을 하는 것"과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다른 문제인지 몸으로 배우게 됩니다.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를 처음 접했을 때 그 감각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병원이라는 공간에 권력과 체면이 어떻게 똬리를 트는지,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 설정이 결코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병원 속 부조리, 드라마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첫 방송 미리보기를 보면서 "설정이 좀 과하지 않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장면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드라마 속 구서대학교 병원의 수술 컨퍼런스 장면이 그랬습니다. 원장이 직접 개발했다는 MS 수술법에 참석자들이 박수를 쳐대는 장면. MS 수술법이란 원장의 이름 이니셜을..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면, 과연 이번엔 참고 살까요? SBS 금토드라마 를 보면서 저는 그 질문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조선 최강의 악녀로 낙인찍힌 희빈 강단심이 300년을 건너뛰어 현대의 무명배우 신서리의 몸으로 깨어나는 이야기인데,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만 해도 "또 빙의물이네" 싶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전혀 달랐습니다.강단심의 시간이동 — 300년이 지나도 안 죽는 기세드라마는 조선 왕실 내명부(內命婦), 쉽게 말해 왕의 후궁과 궁녀들이 이루는 위계 조직의 꼭대기에서 시작합니다. 단심은 정일품 희빈이라는 위치에서 사대부 출신 후궁들에게 매질을 서슴지 않고, 사약을 앞에 두고도 "내 대죄가 뭐냐"고 버티는 인물입니다. 요녀(妖女)라는 오명이 죽고 나서도 300년 넘게 따라붙을 ..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재벌X형사2' 최종화가 딱 그랬습니다. 유성원 체포라는 통쾌한 결말 이전에, 이수가 오랜 누명을 벗고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화면을 멈추게 됐습니다. 단순한 수사극이 아니라 상처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누명의 무게 — 오디오 테이프가 밝힌 진실강력일팀 사무실에 발신인 없는 상자가 배달되는 장면부터 최종화는 심상치 않은 속도로 달려갑니다. 상자 안에 담긴 것은 실종됐던 유성원의 모델 중 한 명이었고, 헤라는 그 자리에서 무너집니다. 데테러팀 시절부터 셀 수 없는 죽음을 목격해온 베테랑 형사가 그 순간 버티지 못했다는 사실 — 제가 직접 보면서도 그 장면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이후 감식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