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창동 감독 영화를 그동안 "좀 어렵고 무거운 영화"로 뭉뚱그려 생각했습니다. 버닝을 보고 나서도 뭔가 대단한 것 같은데 정확히 뭐가 대단한지 말로 못 하겠다는 기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가능한 사랑》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제가 틀렸습니다. 이 영화는 어렵게 만든 게 아니라, 일상의 아주 작은 장면 안에 모든 걸 꽉꽉 눌러 담은 영화였습니다.신발끈 하나에 담긴 복선 구조의 밀도일반적으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느슨하게 흘러가는 영화"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이 영화의 도입부 장면을 분석한 내용을 들여다봤을 때는 완전히 다른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장면, 아버지가 아들 철이의 풀린 신발끈을 직접 묶어주는 게 아니라 "묶어라"라고 ..
공식 발표가 사실이라면, 왜 총알이 두 발이나 더 나왔을까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저격 사건은 오랫동안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사건의 수사 기록을 들여다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숫자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섯 발짜리 권총, 한 발 불발, 그런데 현장에서 회수된 탄흔은 여섯 개. 이 한 가지 모순을 파고드는 영화가 바로 《암살자들》입니다.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 공식 기록의 빈틈일반적으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는 '이미 결말을 아는 이야기'라서 긴장감이 반감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결말을 알면서도 단서를 하나씩 따라가며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 자체가 몰입을 만들어 냅니다. 《암살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