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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목만 봤을 때는 좀 당황했습니다. '이런 엿같은 사랑'이라니, 처음엔 뭔가 씁쓸한 결말의 막장극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직접 보고 나니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엿처럼 달달하고, 끊어내려 해도 끊어지지 않는 끈질긴 인연의 이야기였어요. 기억상실이라는 장치가 단순한 클리셰로 끝나지 않고, 두 사람의 인연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도구로 쓰인 점이 제게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등장인물 소개
이야기는 병원에서 눈을 뜨는 한 여자로 시작합니다.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상태. 의료진은 해리성 기억상실(Dissociative Amnesia)이라는 진단을 내립니다. 여기서 해리성 기억상실이란 심리적 외상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과 개인 이력에 대한 기억이 통째로 차단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단순히 사고로 머리를 다쳐 잊어버리는 것과는 구별되는 개념이에요.
그렇게 정체불명의 여자 앞에 나타난 사람이 장태하입니다. 그는 그녀가 고은새라는 이름의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고, 자신의 2년 연인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건 전부 꾸며진 이야기였어요. 고은새의 진짜 정체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부 검사 고지원. 그녀는 기업 비리와 정치권 유착의 핵심인 백상길과 주민종 시장을 쫓다 함정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했고, 장태하가 조직의 명령을 어기고 그녀를 숨긴 것이었습니다.
- 고은새(고지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부 검사. 백상길 일당을 추적하다 기억을 잃음
- 장태하: 전직 복싱 선수 출신으로 조직에 발을 들였다가 빠져나오려는 인물. 고은새를 숨겨 보호함
- 백상길: 드라마의 핵심 빌런. 정치권과 결탁한 조직의 실세로, 장태하의 친부임이 후반부에 밝혀짐
- 주민종 시장: 대선 후보로 몸을 키우던 정치인. 백상길과의 유착이 수사 대상
- 홍도엽: 장태하가 아버지처럼 따르는 전직 복싱 관장. 두 사람의 조력자
드라마 소개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감탄한 부분은 두 사람의 인연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겹겹이 쌓인 만남의 구조가 마치 엿을 당기면 당길수록 더 얽히는 것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거든요.
첫 번째 만남은 장태하가 복싱 선수 시절, 빼앗긴 메달을 되찾아 준 당돌한 여고생 고은새였습니다. 두 번째는 8년 전 일본. 조직원들에게 쫓기던 장태하를 고은새가 오토바이로 구해줬고, 기름이 떨어져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꿈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만남. 세 번의 인연이 모두 "누군가가 상대를 구하는" 형태로 맞물려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반복적 인연의 끌림을 단순한 우연이 아닌, 서로의 가치관과 행동 패턴이 무의식적으로 공명하는 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출처: 미국 국립보건원(NIH)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형성된 유대감(트라우마 본딩)은 일반적인 관계보다 훨씬 강한 정서적 각인을 남긴다고 합니다. 고은새가 기억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장태하의 진심에 반응하는 장면들은 이 개념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어렵고 힘든 시간을 함께 버텨낸 사람과의 유대는 평범한 일상에서 쌓은 관계와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고생을 함께했다는 기억이 관계의 뿌리가 되는 거죠. 고은새가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도 장태하를 점점 믿어가는 과정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었어요. 몸이 기억하는 감각, 이유는 모르지만 무섭지 않은 느낌 — 그런 것들이 기억보다 먼저 작동하는 방식이 드라마 내내 촘촘하게 묘사됩니다.
한편 악역 백상길의 서사도 단순히 '나쁜 놈'으로 마무리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가 장태하의 친부였다는 반전은 후반부에 드러나는데, 37년 전 홍도엽의 체육관에 들어가 그를 진심으로 존경했던 소년이 어떻게 그 길을 걷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회상 장면은 이 드라마가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서려 했다는 증거로 읽혔습니다.
결말 포스팅
결말을 보고 나서 제 경험상 이런 드라마가 남기는 여운이 꽤 오래간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히 '두 사람이 이어졌다'로 끝나지 않거든요.
고지원은 백상길과 주민종 시장을 나란히 체포하고, 채석장과 산에서 실종자 유해를 확보하며 증거를 철저히 쌓아 최대 영향을 받게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장면에서 그녀는 더 이상 기억을 잃은 약자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정확히 아는 검사로 서 있습니다.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 곧 자기 자신을 되찾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로맨스와 성장의 두 축을 함께 붙들고 있습니다.
백상길이 마지막 순간 스스로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도 한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자신이 태하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끝내 밝히지 않은 채, 악연을 끊자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생을 마감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복잡하게 느껴졌어요. 그것이 마지막 순간의 인간적 자존심인지, 혹은 자기 파멸의 완결인지 해석이 엇갈리는 지점이거든요.
마지막 장면에서 고은새는 "기억을 잃어본 뒤로 사진 남기기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지 잃어본 뒤에야 알게 됐다는 역설적 고백인데, 저도 그 말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 일기를 쓰는 이유, 누군가에게 '그때 기억해?'라고 묻는 이유가 다 거기서 오는 것 같거든요.
두 사람이 연마을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에서 비가 쏟아지지만, 늘 비를 싫어하던 장태하가 "고은새와 함께라면 견딜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이 대사가 가장 좋았습니다. 비를 없애달라는 게 아니라, 비 속에서도 버텨낼 수 있다는 것. 사랑이 고통을 사라지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견디는 힘이 된다는 말을 이렇게 조용하게 하더라고요.
궁금해 궁금해??
Q. 이런 엿같은 사랑 제목의 의미가 뭔가요?
A. 처음엔 저도 부정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였는데, 실제로는 엿처럼 달달하고 끈적이며 쉽게 떨어지지 않는 사랑이라는 의미입니다. 드라마 속 장태하와 고은새의 관계처럼,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인연이 끊어지지 않는 끈질긴 사랑을 표현한 제목입니다.
Q. 백상길이 장태하 아버지라는 게 사실인가요?
A. 네, 드라마 12회에서 밝혀지는 핵심 반전입니다. 백상길이 장태하의 어머니 장애수와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았지만, 장애수가 그의 더러운 돈을 거부하고 홀로 태하를 키웠습니다. 백상길 본인도 이 사실을 마지막 순간까지 태하에게 밝히지 않은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Q. 고은새가 기억을 잃은 이유는 뭔가요?
A. 드라마에서는 해리성 기억상실 진단을 받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백상길 일당의 함정에 빠져 온몸에 외상을 입고 지문마저 훼손된 채 발견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며, 심리적 충격이 기억을 통째로 차단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Q. 두 사람이 첫사랑이었다는 게 언제 밝혀지나요?
A. 10회 결말부에서 드러납니다. 고은새가 경기장에서 심판의 부정을 밝혀내 장태하의 빼앗긴 금메달을 되찾아 준 소녀였고, 심지어 태하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게 일부러 거지 파스를 붙이는 장면을 디카로 찍어뒀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며 두 사람이 서로의 첫사랑이자 오랜 인연이었음이 확인됩니다.
Q. 드라마 총 몇 부작인가요?
A. 총 12회로 완결된 드라마입니다. 회당 분량이 길지 않아 몰아보기에 적합하고, 매 회차마다 반전 포인트가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후반 8회부터 결말까지는 거의 멈추지 못했습니다.
결론
제가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오래 생각하게 된 건, 사랑이 과연 기억 위에 서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고은새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상태에서도 장태하의 눈빛이 차갑다고 느끼고, 그의 키스가 어설프다고 느끼고, 그러면서도 점점 그에게 기대어 갑니다. 그 과정이 꽤나 솔직하게 그려져서 설득력이 있었어요.
사랑으로 이어지는 인연이 반드시 예쁜 순서로 시작되진 않는다는 것, 제 경험상 이건 진짜입니다. 어렵고 이상한 방식으로 시작된 인연이 가장 질기게 남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런 엿같은 사랑'은 그 질긴 인연의 이야기를 달달하게, 그리고 꽤 성실하게 담아낸 드라마입니다. 기억을 잃어봤기에 사진을 찍게 됐다는 고은새의 마지막 대사처럼, 잃어본 것들이 오히려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알게 해준다는 사실을 이 드라마는 12회 내내 조용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