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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엔 제목만 보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액션물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줄거리를 들여다보니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엄마로 살아온 세월이 있는 분이라면 주인공 유보나의 이야기가 단순한 킬러 판타지로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3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는 첫날, 엘리베이터 버튼 하나 못 누르고 멈춰 서는 그 장면에서 저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줄거리 — 유부녀와 킬러, 두 삶을 하나로 받아들이는 과정
주인공 유보나는 35세, 5년차 유부녀입니다. 딸 유리를 키우며 가정을 돌보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3년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에 복귀하는 날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일반 회사가 아닙니다. 두루미전자 영업3팀은 겉으로는 가전제품 회사지만, 실제로는 법망을 빠져나간 범죄자들을 심판하는 청부업자 조직입니다.
복직 첫날 오전, 팀장은 보나에게 곧바로 첫 미션을 지시합니다. 아내를 살해하고 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챙긴 악질 범죄자를 처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이 작품의 상징적인 명장면입니다. 보나는 옥상으로 올라가기 전, 손에 베이비 파우더를 바르고 총을 잡습니다. 베이비 파우더는 엄마의 삶을, 총은 킬러의 삶을 상징하는 소품입니다. 쉽게 말해, 두 세계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던 보나가 처음으로 그 두 삶을 하나로 받아들이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면입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떠올린 건 킬러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 '나는 이제 엄마니까'라는 말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내려놨던 기억이었습니다. 보나의 베이비 파우더는 그런 포기와 선택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인물의 마음을 정확히 건드렸습니다.
- 두루미전자 영업3팀 구성: 킬러 유보나(부장), 의료사고 전문 고영갑(과장), 무기담당 봉태민(과장), 해커 기영도(대리), 고문 전문가 양해솔(대리), 독살 전문 오현남(신입), 봉팔(팀장)
- 골드 타깃: 권력이나 돈으로 법망을 빠져나간 고위급 범죄자를 지칭하는 팀 내부 용어
- 서브팀 달삼거리 정비소팀과의 협력: 타깃이 겹칠 경우 두 팀이 합류해 현장을 공동 처리
인물관계 — 각자의 상처가 팀을 만든다
영업3팀의 매력은 단순히 캐릭터가 많다는 것이 아닙니다.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팀에 합류하게 된 뼈 있는 사연이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줄거리를 정리해 보면서 느낀 건, 이 작품이 사실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영도 대리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지만 부모 없이 가정부 손에 자랐습니다. 그에게 처음으로 온기를 준 사람은 과외 선생이었는데, 그 선생은 가난한 부모를 살리기 위해 영도를 납치합니다. 납치범이지만 공범이 영도를 해치려 하자 목숨을 걸고 그를 지켜준 이 복잡한 관계는, 영도가 이후 보나에게 묘한 감정을 품게 되는 서사의 토대가 됩니다. 애착 형성(attachment formation)의 관점, 즉 어린 시절 특정 인물과 맺은 감정적 연결이 이후 대인관계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는 심리학적 개념으로 읽히는 캐릭터입니다.
오현남은 더 복잡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스스로 신고했지만, 형량은 고작 7년이었습니다. 출소 후 아버지가 자신을 죽이려 하자 보나의 총이 그 자리를 해결했습니다. 보나를 신처럼 여기게 된 현남은 자신의 우상이 평범한 유부녀가 되어버린 모습에 실망해 도발합니다. 그러나 보나가 남편을 살리기 위해 독이 든 병을 직접 삼켜버리는 선택을 하자, 현남은 비로소 깨닫습니다. 가족이 생긴 보나는 약해진 것이 아니라, 지킬 것이 생기면서 오히려 훨씬 무서운 킬러가 되었다는 것을요.
이 인물들의 관계를 따라가다 보면,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이 각 캐릭터의 행동 방식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보입니다. 여기서 심리적 외상이란 과거의 충격적 경험이 현재의 판단과 행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말합니다. 현남이 보나에게 집착하는 것도, 영도가 온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결국 이 연장선에 있습니다(출처: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관련 장애 개관).
드라마 기대 포인트 — 웹툰 원작이 영상으로 옮겨지면
카카오웹툰에서 시즌4까지 연재 중인 이 작품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은 원작 팬들 사이에서 꽤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웹툰 원작 드라마는 이미 국내외에서 성공 사례가 많은 장르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툰 기반 영상 콘텐츠의 시장 규모는 2022년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가 원작 줄거리를 정리하면서 드라마화에서 가장 신경 쓰일 것 같다고 느낀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베이비 파우더 장면'처럼 웹툰 특유의 정지 컷으로 강렬함을 전달하는 순간들을 영상에서 어떻게 살릴 것인가입니다. 두 번째는 시즌3 기준으로도 등장인물과 에피소드가 상당히 많아, 드라마가 어느 시점까지 담을 것인지 구성의 문제입니다.
원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사 구조(narrative structure), 즉 이야기가 전개되는 틀입니다. 여기서 서사 구조란 사건이 배열되고 의미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가리키는데, 이 작품은 단순한 악인 처단 공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관계망 안에서 주인공이 흔들리고 다시 중심을 잡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킹피셔라는 코드네임으로 추적을 받는 긴장감, 남편 태성이 4년 전 킹피셔를 목격했다는 복선, 보스 X와 영업3팀의 배후 관계 등은 드라마에서 한 회 한 회를 채워나갈 충분한 재료가 됩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등장인물이 많아 처음 보는 분들은 관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원작도 마찬가지라 드라마에서 얼마나 정리해서 보여주느냐가 완성도를 가를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군상극 형태의 원작은 드라마에서 오히려 캐릭터에 살이 붙으면서 더 좋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부녀 킬러 웹툰,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카카오웹툰에서 정식 연재 중입니다. 시즌4까지 공개되어 있으며, 이전 시즌은 기다리면 무료로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분은 시즌1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을 권합니다.
Q. 킹피셔가 정확히 누구인가요?
A. 킹피셔는 주인공 유보나의 청부업자 활동 코드네임입니다. 형사 이동진이 4년 전부터 추적하고 있으며, 보나의 남편 태성도 과거 취재 중 킹피셔를 목격한 적이 있다는 복선이 시즌3에서 드러납니다. 시즌4에서 이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핵심 서사입니다.
Q. 오현남은 왜 보나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했나요?
A. 현남은 어린 시절 보나가 아버지의 손에서 자신을 구해줬기 때문에 보나를 신처럼 여겼습니다. 그런데 재회했을 때 보나가 평범한 유부녀가 되어 있자 실망해 도발한 것입니다. 우상이 변했다는 실망감이 적대적 행동으로 표출된 케이스입니다.
Q. 드라마로 제작되나요, 원작과 내용이 같나요?
A. 드라마화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원작과 드라마의 세부 내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웹툰 원작 드라마는 통상 캐릭터와 큰 줄기는 유지하되 에피소드 순서나 일부 설정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작을 먼저 읽어두면 드라마를 볼 때 비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결론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단순한 장르물로 봤습니다. 그런데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것과 나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 지킬 것이 생긴다는 건 약해지는 게 아니라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꽤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50대가 되고 나니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가족을 먼저 챙기며 미뤄뒀던 것들을 이제는 조금씩 꺼내도 된다는 것을요. 그런 의미에서 유부녀 킬러는 단순히 통쾌한 복수극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살아온 여성에게 '지금의 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원작 웹툰부터 먼저 보고 드라마를 기다리는 방식을 추천합니다.